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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건강손상 산재 인정한 대법원 최초 판례 해설

단어 수 3823읽는 시간 10 
2024년 4월 18일
2026년 7월 6일

사건 개요

임신 중 사업장의 유해인자에 노출된 여성근로자가 태아의 건강이 손상돼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했다면, 그 자녀의 질환을 이유로 여성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20.4.29. 선고 2016두41071). 태아의 건강손상을 이유로 여성근로자에게 산재를 인정한 최초의 판례다.

사실관계

이 사건의 원고는 제주특별자치도 공공병원인 한라의료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4명으로, 이들은 모두 2010년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다. 한라의료원 간호사 중 원고들을 포함한 15명이 2009년에 임신했는데, 그 가운데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사람은 6명에 그쳤다.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원고 4명을 제외한 나머지 간호사 5명은 유산했다. 이 일을 계기로 간호사의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이 적정했는지가 노사 간 쟁점으로 떠올랐고, 노사합의에 따라 2011년 병원 측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원고들은 ‘사업장의 유해한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이는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본인이 아닌 자녀는 산재보험법 적용대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원고들은 ‘출산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2013년 9월12일 피고(제주도지사)에게 다시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태아의 심장형성 장애 당시 모체의 일부였고, 산재보험법 적용 여부는 질병발생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발병 이후 근로자 지위를 상실해도 계속 산재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원고들은 재해발생 시점을 ‘출산일이 아닌 임신 중’으로 특정하고, 임신 당시 의무기록과 ‘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의학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
그러나 피고는 같은 해 11월6일 “(원고들에게) 자료보완을 요청했으나 산재보험 초진소견서가 제출되지 않아 고객님(원고들)의 상병명 및 요양기간 등 확인이 불가하다”며 ‘민원서류 반려처분(거부처분)’을 통보했다.

대법원의 판단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출산(태아가 모체에서 분리된 이후)으로 근로자의 요양급여 수급권이 상실되는지 여부다.

태아의 건강손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서울고법은 “원고들이 임신 중에 작업환경의 유해요소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생기고, 이로 인하여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는 자녀를 출산하였다고 하더라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원고들 본인의 질병이 아니므로 원고들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6.5.11. 선고, 2015누31307 판결).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태아는 모체 없이는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으며,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母)와 함께 근로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 정도와 관계없이 여성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한다”고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특히 ▲산업재해의 위험을 당사자 일방에게 전가하지 않고 공적보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평하게 분담하도록 하기 위한 산재보험제도의 목적을 환기시키며, ▲원고들이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지게 되는 경제적 책임과 정신적 고통 ▲사업주가 과중하게 져야 할 보상비용의 부담을 근거로 “임신한 여성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 근로자는 물론이고 사업주에게도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산 후 요양급여 수급권의 유지 여부

원심은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는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에 한정되고, 출산아와 별도의 인격체인 원고들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관련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관해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법 제88조 제1항은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보험급여 수급과 관련한 기초적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근로자가 그 후로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이러한 보험급여 수급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의 의의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따른다면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에는 태아가 모체와 일체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 태아의 건강손상에 관하여 여성근로자에게 요양급여 수급권을 인정하다가, 여성근로자의 출산 이후에는 모체와 분리되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그 출산아의 선천성 건강손상에 관하여 수급권을 부정”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해석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 한다’는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4조 제2항·제6항에 따른 생존권적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헌법 제32조 제4항에 따른 여성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차별금지, 헌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모성보호의무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 및 여성근로자에 대한 특별 보호를 규정한 헌법과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산업안전보건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업무상 원인으로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태아가 ‘모체와 분리될 수 없는 동일체’임을 근거로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바 있다. 이를 유산한 경우와 달리 산재보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산재보험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충실하고,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 및 여성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규정한 헌법 정신을 충실히 반영한 판결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해 ‘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상 사유에 따른 태아의 건강손상(미숙아, 선천성 장애 및 질환아 출산 포함)’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키는 등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태아의 건강손상도 근로자의 산재로 인정되나요?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 정도와 관계없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0.4.29. 선고 2016두41071). 태아의 건강손상을 이유로 여성근로자에게 산재를 인정한 최초의 판례다.

출산해 근로자 지위를 잃어도 요양급여 수급권이 유지되나요?

대법원은 임신 중 태아의 건강손상으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일단 성립했다면, 이후 출산으로 태아가 모체에서 분리되더라도 그 수급관계가 소멸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산재보험법 제88조 제1항이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이 그 근거가 됐다.

판결 이후 산재보험법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정한 제91조의12 등이 신설됐다(본조신설 2022. 1. 11.).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노출로 인하여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질병·장해가 발생하거나 그 자녀가 사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

관련 정보와 법령

관련 정보

관련 법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12(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제37조제1항제1호ㆍ제3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노출로 인하여,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그 자녀가 사망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이 경우 그 출산한 자녀(이하 “건강손상자녀”라 한다)는 제5조제2호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적용할 때 해당 업무상 재해의 사유가 발생한 당시 임신한 근로자가 속한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 [본조신설 2022. 1. 1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13(장해등급의 판정시기)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장해등급 판정은 18세 이후에 한다. [본조신설 2022. 1. 1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14(건강손상자녀의 장해급여ㆍ장례비 산정기준)

건강손상자녀에게 지급하는 보험급여 중 장해급여 및 장례비의 산정기준이 되는 금액은 각각 제57조제2항 및 제71조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와 같다.
  1. 장해급여: 제36조제7항에 따른 최저 보상기준 금액
  1. 장례비: 제71조제2항에 따른 장례비 최저 금액 [본조신설 2022. 1. 1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부칙 제2조(건강손상자녀의 보험급여 지급에 관한 적용례)

제36조제1항 및 제3장의3(제91조의12부터 제91조의14까지)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일 이후에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법 시행일 전에 출생한 자녀에게도 적용한다.
  1. 이 법 시행일 전에 제36조제2항에 따른 청구를 한 경우
  1. 이 법 시행일 전에 법원의 확정판결로 자녀의 부상, 질병ㆍ장해의 발생 또는 사망에 대한 공단의 보험급여지급 거부처분이 취소된 경우
  1. 이 법 시행일 전 3년 이내에 출생한 자녀로서 이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제36조제2항에 따른 청구를 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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