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노사관행 변경 문제
300인 규모의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가 회사의 당직수당제도 변경 조치를 두고 심층상담을 요청해왔다. 이 회사는 10여 년 전부터 취업규칙에 별도로 정해 두지는 않았지만 내부방침으로, 사무직 노동자의 당직근무(비상사태 등에 대비하는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 단속적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를 기준으로 당직수당을 지급해왔다. 그런데 회사가 이를 정액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담자의 질문은 분명하다. 이 변경이 노사 협의사항인지, 아니면 노사 협의 없이 회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가르는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관행적으로 지급된 당직수당이 근로조건으로 인정되는가. 둘째, 근로조건이라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변경할 수 있는가.
노사관행에 의한 근로조건의 성립
관행도 근로계약의 내용이 된다
먼저 따져볼 것은, 당직수당이 비록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노사 간에 상당 기간 관행적으로 지급되어온 금품으로서 노사 당사자 간에 채권·채무의 효력이 있는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판례는 “임금 지급의무의 발생근거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에 의한 것이든 그 금품의 지급이 사용자의 방침이나 관행에 따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노사간에 그 지급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의 관례가 형성된 경우처럼 노동관행에 의한 것이든 무방하다.”(1997.5.28 대법 96누15084 외 다수)고 보아, 노사관행에 의한 근로조건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개별근로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근로조건과 동일시하고 있다.
관행이 근로조건으로 인정되는 요건
다만 모든 관행이 근로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그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기업의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의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행이 기업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어야 한다.”(2002.4.23 대법 2000다50701)
이 기준을 사례에 적용하면 어떨까. 비록 취업규칙 등에 명시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부의 공식적인 결제 과정을 거쳐 완성된 방침’이 있고 이러한 내부방침에 근거하여 노사 간에 10여 년간 관행이 확립되어 실시되어 왔다면, 사례의 당직수당제도는 근로조건으로서 합당한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사관행이 된 근로조건의 변경 절차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준용
그렇다면 노사관행에 의한 근로조건은 어떤 절차를 거쳐 변경해야 할까. 근로기준법 제97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노사관행에 의한 근로조건의 변경도 이러한 취업규칙 변경절차에 준하여 처리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행정해석으로 본 변경 절차
노동부 행정해석은 이 쟁점에 답을 내놓았다. 한 행정해석은 “회사의 급여규정(취업규칙)에서 상여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침에 따른다’고 규정하였으나, 별도의 지침을 규정함이 없이 그동안 상여금 지급율을 500%씩 관행적으로 지급하였다면 동 관행은 근로조건화 되었다고 볼 수 있음. 관행으로 근로조건화된 상여금 지급률 등 근로조건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변경절차를 거쳐야”(2000.06.20, 근기 68207-1873)한다고 했다.
다른 행정해석도 같은 취지다. “종사근로자에 대하여 그간 장교경력을 100% 군복무 경력으로 인정하여 임금을 지급해 왔다면 동 관행은 근로조건화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호봉의 재산정)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7조에 의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2002.2.24, 근기 68207-217)고 하였다.
일방적 하향변경의 위험
정리하면, 취업규칙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부 방침 등에 근거하여 상당히 장기간 노사관행화된 근로조건의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97조에서 정한 취업규칙 개정 절차를 거쳐야 그 변경의 효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취업규칙 등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필요성만을 강조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하향 변경하는 것은 노사 간의 분쟁을 야기하므로, 신중히 판단하여 합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핵심 정리와 자주 묻는 질문
노사관행에 의한 근로조건은 명문 규정 못지않은 구속력을 가진다. 관행으로 근로조건화된 사항을 바꾸려면 취업규칙 변경에 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노사관행도 근로조건으로 인정되나요?
취업규칙·단체협약·근로계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금품의 지급이 사용자의 방침이나 관행에 따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노사 간에 그 지급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의 관례가 형성되었다면 근로조건으로 인정됩니다(1997.5.28 대법 96누15084 외 다수). 다만 그 관행이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규범의식에 의해 지지되고 있어야 합니다(2002.4.23 대법 2000다50701).
회사가 노사관행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나요?
관행으로 근로조건화된 사항은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합당한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취업규칙 등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필요성만을 강조하여 일방적으로 하향 변경하면 노사 간의 분쟁을 야기하게 됩니다.
노사관행을 변경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근로기준법 제97조의 취업규칙 변경절차에 준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의,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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